Friday, June 28, 2013

바람의 나라 신두리해수욕장과 신두사구

바람의 나라 신두리해수욕장과 신두사구

동해바다가 제일이라 여기던 내가 서해바다의 진정한 매력을 발견하게 된 곳이 바로 태안이다. 태안의 해안 중에서도 신두리해수욕장의 변화무쌍한 모습과 신두사구의 신비함은 그 앞에서 얼어버릴 것만 같았다.
신두리를 처음 찾게 된 것은 2008년 태안읍내 소문난 간장꽃게장을 먹으러 가던 중 길을 잘못 들어 헤메다 발견한 이정표를 보고 우연히 들렀던 때였다.

바다를 보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불어오는 늦여름의 바다 바람은 세포 하나하나를 뚫고 들어오는 듯 강렬했다. 바람이 세다는 것이 아니라 이루 말할 수 없이 시원하고 상쾌하고 달콤하고 아름답고...
바닷물과 바람과 공기와 햇볕이 한데 버무려져 만들어내는 그것은 마치 신이 만들어낸 천연향수랄까? 아무튼 그 날 난 그 공기와 바람 속에 내 자신을 녹여 함께 저 멀리로 날아가고만 싶었던 것 같다.

길 잃고 헤메다 배고프고 짜증나던 중, 신두리의 바다 바람 앞에서 난 배고픔을 잊어버리고 넋이 나간 채 한참을 그렇게 바람을 맞고 서 있었다.
얼마나 그리 멍하게 서 있었을까, 정신을 차리고 신두사구 쪽으로 차를 옮겼다. 세계적인 사구 지역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경비원이 있고 접근도 금지돼 있었다. 희귀 동식물들이 서식한단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차량만 통제하고 사람은 얼마든지 들어가 걸어볼 수 있었는데 그걸 모르고 돌아서고 말았다.

그때 얼떨결에 신두리에 접어들었던 나는 신두리 해변의 시원하고 달달한 바다바람과, 드넓은 사구의 아름다움에 홀딱 반해 두고두고 오래도록 그곳의 바람과 푸른 초원을 그리워했다.
때문인지 그 후로도 나는 몇 번이고 신두리를 찾았고 어떤 때는 사구의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 들어가 그곳에 자생하는 꽃들과 인사를 나누고 다시 해변을 따라 걸어나오기도 했고, 어떤 때는 물놀이를 하다가 해변에 누워 음악을 듣다가, 책을 읽다가...

그렇게 신두리를 찾을때 마다 해변에 거대한 펜션들이 새로 들어서 있어 아쉬움도 컸지만 신두리 해변의 바람과 신두 사구의 부드러운 초원만은 그대로인 듯 해 위로가 되기도 했다.

언젠가는 해무로 가득한 신두리 해변을 만난 적도 있다. 내륙에서 자란 나는 아마 난생 처음 보는 모습이었던 것 같다. 그것도 해가 쨍쨍한 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해무는 신비롭기 그지없고 과히 장관이었다. 이색 경험이었다. 

늦은 오후부터 해질 무렵까지 신두리 해변에 앉아 오랫동안 해안선을 응시하고 있자면 해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해변의 빛깔을 발견할 수 있다. 살색에서 황금색으로, 황금색에서 붉은빛으로... 
또한 갈 때마다, 물때마다 달라지는 해안선은 또 어떻고. 늘 똑같은 모습만 보여주는 단순한 동해안선과는 다르게 늘 새로운 선을 그어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곤 한다.

신두리 여행은 4월말이나 5월초, 또는 8월말이나 9월초를 권한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에 바다 바람이 가장 달달하고, 시원하고, 상쾌하고, 향긋할 때가 이즈음인 것 같다. 어디까지나 지극히 내 주관적인 느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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