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안은 가는 곳마다 아름답지만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곳 중 하나는 솔숲 그윽한 몽산포 해변이다. 개인적으로 울진 금강소나무 숲과 함께 최고로 손꼽는 소나무 숲인데 아침 일찍 일어나 바다를 끼고 숲길을 걷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상쾌하다. 입 안 한가득 박하사탕을 머금은 기분이랄까?
뿐만 아니라 몽산포는 캠핑장 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어 캠퍼의 한 사람으로서 더 없이 좋은 최고의 여행지가 아닐 수 없다. 아직은 추운 3월에도 텐트가 꽤 여러 동 보이고 캠핑카도 몇 대 눈에 띈다. 펜션에서 묵었던 나는 부러워하며 조만간 텐트를 싣고 다시 몽산포로 향하리라 다짐한다.
이렇게 오른편 솔숲길을 따라 계속 걷다 보면 몽산포항으로까지 길이 이어진다. 몽산포항은 아담한 항구로 해질녘이 되면 그 포구에서 바라보는 눈부신 일몰이 황홀하도록 아름답다. 하지만 항구 옆 몽대포구는 여행마니아나 지역민들이 아니면 잘 모르는 알려지지 않은 태안의 숨은 명소 중 한 곳이다.

서쪽 하늘의 붉은 저녁놀, 길게 늘어진 몽대포구를 걷는 사람들, 낚시하는 사람들, 가로등 위로 배회하는 갈매기, 포구 너머 바다 위로 가끔씩 지나가는 고깃배...
언젠가 렌즈에 담은 몽대포구의 저녁 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 같기도 하고, 유럽의 저녁거리 같기도 했다. 이곳의 일몰 풍경은 묘한 향수를 자극하는 데가 있어, 끔찍하게도 쓸쓸하거나 깊은 그리움을 맛보고 싶거든 해질 무렵 몽대포구에서 머물기를 권한다. 어디까지나 지극히 주관적인 내 느낌으로 말이다.
아무튼 태안의 지인에게 추천 받아 한 번 찾았던 몽대포구의 저녁풍경에 홀딱 반한 나는 그 뒤로도 친구들과, 지인들과 몇 번이고 다시 몽대포구를 찾곤 했다. 해지는 저녁에 빨갛게 물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도, 상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또 다른 놀이가 될 수도 있다.
다시 해수욕장으로 돌아와, 캠핑장의 왼편 해변으로는 자연관찰로가 있는데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우거진 솔숲과 갈대밭을 이어 사구습지가 나온다.
태안 해변길 4코스 솔모랫길 출발점이기도 한 이 길에서 사구습지까지는 약 1km 정도 거리로 길지도 짧지도 않아 어른이나 아이 모두 산책하기 좋은 길이다.
습지를 향하는 자연관찰로는 해변을 옆에 두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햇빛을 쐬고 바람을 맞으며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연인끼리, 가족끼리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걷다 보면 평소에는 하기 어려운 그 어떤 말을 해도 다 이해될 수 있을 것만 같다.
시간과 체력이 허락한다면 이 자연관찰로를 따라 드르니항까지도 갈 수 있는데 해안을 따라갈 수도, 솔숲을 따라 갈 수도 있다. 거리는 약 12km 정도.

철새들의 휴식처이자 먹이처이기도 한 이 습지는 ‘람사르 조약’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곳으로 어린이들의 생태교육을 위해서도 한번쯤 들러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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